예술 대학에 지원하려면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한다. 형식, 이미지 파일 크기, 작업 개수 등은 학교와 학부마다 상이하니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포트폴리오 준비를 도와주는 유학원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나는 혼자 했기 때문에 학부 때부터 해오던 작업을 발전시켜서 약 6개월 동안 집 근처의 원룸을 얻어 작업했다.
나는 MFA 프로그램에 지원하였다. 대부분 지원서 제출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의 작업을 요구했다. 가까스로 졸업전시 연도가 겹쳐서 세 작품 정도는 졸업 작품을 업로드했다. 개인적으로 졸업한 지 오래됐다면 작업 연도에 관한 조건이 없더라도 학부 때의 작업은 넣지 않는 걸 추천한다(물론 작업 연도를 거짓으로 적어도 교수들이 알 방법은 없으니 지원자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SOP나 Personal Statement를 쓰고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의 최근 그리고 미래 작업의 방향성을 알리는 게 중요한데 오래된 작업들은 이상 불필요한 정보만 주기 때문이다.
A: 작업 16개 (모두 3년 이내에 제작되어야 하며, 그중 절반의 이미지는 12개월 안에 제작된 벗어야 함), 한 화면에는 한 이미지만 (디테일한 이미지를 한 화면에 여러 개 담지 말 것), 커버 이미지 1개 선택하기
B: 작업 15개 (이메일로 문의했을 때 동영상은 업로드 할 수 없었음)
C: 작업 10-20개
D: 작업 15-20개 or 최대 10분 길이 영상작업
E: 작업 최대 20개 (최근 2-3년 내의 작업), 디테일 이미지 포함 가능
나는 페인팅을 전공해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계속 페인팅만 했다. 학부 때 영상, 설치, 판화 등등 다른 작업들을 하기도 했으나, 그냥 페인팅을 선택했다. 원룸에 박혀서 그림을 그리고 주변에 페인팅으로 미국에 유학을 간 사람도 없다 보니 문득 걱정이 됐다. 미국에서 유학하신 교수들이 계시지만 당신들은 적어도 이삼십 년 전에 포트폴리오를 냈을 거 아닌가? 혼자 궁리하다 THE GRADCAFE에 물어봤고, 두 가지 대답을 들었다. 대략 다양한 작업을 보여줘라 라는 답이었다. 그런데 어설프게 다른 형식의 작업을 갑자기 시작하거나, 학부 때 했던 작업을 내기보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그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역대 졸업전시를 볼 수 있는데, 나는 각 학교 사이트마다 들어가서 최근 졸업전시를 살펴보았다. 두 군데는 극사실주의 페인팅이 많았고, 두 군데는 추상화 혹은 팝아트가 주를 이루었다. 나머지 한 군데는 그 사이였던 것 같다. 또한 교수진을 구글에 검색해서 그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확인했다. 작업 개수가 많다면 학교마다 포트폴리오를 다르게 제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테지만 나는 딱 요구하는 만큼의 작업만 있어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나와 비슷한 페인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두 학교에 붙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당연히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넣었던 두 학교에서 합격 메일을 받았다. 그러니 전략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해도 그게 먹힐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작업을 끝낸 뒤 사진 촬영을 했다. 알다시피 작품 사진 촬영 값이 비싸다. 그래서 직접 찍기로 했다. DSLR을 빌리고, 쿠팡에서 CFmall 촬영조명을 구매했다(촬영 이후 당근에 팔았다). 원룸에서 그림을 이젤에 올린 후 불을 켜고 조명을 세팅해서 찍었더니 조도가 낮아서 흡사 쓰레기 같은 결과물을 낳았다. 또 어두운 그림을 촬영할 때는 빛이 반사돼서 편광필름도 쓰고 꼴에 색감 잡겠다고 컬러체커패스포트도 써봤지만 촬영 장비들의 질이 낮아서 그런지 내 손이 문제인지 퀄리티가 더 나아지진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냥 찍은 사진들을 올리려던 찰나 한 학교의 유튜브에서 페인팅 작업은 하얀 벽에 걸려 있어야 하며, 벽의 일부와 그림이 함께 나와 있어야 한다는 영상을 봤다(홈페이지에는 그런 요구조건은 없었는데). 결국 작업을 전부 집으로 들고 와서 거실에 있는 소파를 치우고 벽에 그림을 걸어서 찍어야 했다. 물론 실외나 조명이 완벽히 갖춰진 상태에서 찍는 게 고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원룸에서 찍다가 남향인 집에서 찍으니 훨씬 나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색감 확인을 위해 Mac OS를 이용하라는 공지가 있었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의도치 않게 삼성 충신이었기 때문에 대충 라이트룸으로 조정하고 mac에서도 비슷한 색감이길 빌었다.
포트폴리오 사진을 전부 찍었다면 이제 SlideRoom(슬라이드룸)에 제출하면 된다. 참고로 2022년 SlideRoom 제출비는 학교마다 $10씩 들었다. SlideRoom은 이미지 파일이 너무 크면 업로드할 수 없으니, 화질 저하 없이 이미지 파일을 줄여서 올리면 된다. 한 학교는 슬라이드룸이 아닌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링크에 올렸다. 나는 다섯 군데의 학교 모두 개수만 다르고 같은 작업들을 냈다. 작업 연도 순으로 업로드해야 하는 학교 외에는 학교마다 이미지의 순서는 조금씩 다르게 해서 올렸다.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의 스타일을 고려해서 그렇게 했다. 각 이미지에는 작업 제목, 제작연도, 재료, 크기나 러닝 타임을 적는 칸이 있다. 나는 미국 학교에 지원해서 작업 크기를 모두 in로 적었다. 이제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특별히 조건이 붙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cm로 적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다. 추가적으로 작업에 관한 글을 적을 수 있는 빈칸이 있는데 나는 다 비워놨다. THE GRADCAFE에 작업의 콘셉트이나 설명을 몇 줄 적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식의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는 자신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작업을 하면 될 것 같다. SOP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도 계속 작업 얘기를 해야 하니 본인이 흥미가 없는 작업을 교수진 구미에 맞게 제작하려 한다면 금방 지칠 테니 말이다. 작업 완성 이후나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작업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의 경우 혼자서 작업하다 보니 타성에 젖거나, 객관적으로 내 작업을 바라보기 힘들어져서 동기들과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어 피드백을 받으니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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