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칭 커뮤니티 사람으로 지내온 지 10년은 훌쩍 지나버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미국 유학을 꿈꿔왔기에 틈만 나면 인터넷에 '미국', '미국 유학', '미국인' 등을 검색했다. 미국 콘텐츠와 더불어 한국 네티즌들이 써놓은 글 덕에 내 머릿속엔 늘 '미국은 이런 나라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었다. 한 날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며 내가 "미국에서는 ~~ 하지 않아?"라고 물어보니, 대체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들었냐며 그렇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 나의 미국과 미국인에 관한 선입견은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재미있다며 다른 편견은 또 없냐고 물었다.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무수한 정보로 오염된 나의 편견과 선입견에 흥미로워하는 친구들의 반응에 힘입어 글을 써 보려고 한다. 다른 도시들도 가 봤지만 유학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대화를 나눈 친구들을 미국인의 표본으로 삼기에는 적다.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친구들과의 사적인 얘기를 옮겼다고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십여 년은 더 된 편견 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이라기보다는 서양이 한국보다 다리보다는 가슴 노출에 관대하다는 글이었다. 그래서 유학 짐을 쌀 때 반바지와 짧은 치마는 전부 한국에 두고 왔다. (이번 여름에 반바지와 짧은 치마를 미국에서 구매했다. 이럴 거면 그냥 들고 올 걸. 이래서 편견이 무섭다.) 내가 신입생 때만 하더라도 가슴이 노출되거나 시스루 옷을 입으면 다들 쳐다보거나 친구들이 '속옷 다 비치는데 괜찮아?'라고 걱정했다. 이렇게 말하니까 나이가 좀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몇 년 사이에 많이 변했었다. 복학하고 시간이 좀 지나니 예대라 그런지 과감하게 노출하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아무도 신경 안 쓰긴 하더라. 어쨌든 친구에게 이걸 물어보니 무슨 소리냐며 지금 지나다니는 사람들 보라고 다들 반바지 입고 있지 않냐고 했다. 정말 그랬다. 하긴 친한 동생도 그 자리에서 나에게 서울도 안 그렇다며 면박을 주었다.
그렇다. 이건 물어볼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는 "예쁘세요.", "잘 생기셨어요.", "살 좀 찐 것 같다?"가 인사와 함께 따라 나오는 안부 인사다. 미국에서는 그런 말을 들어 본 적도 해본 적도 없다. 남의 외모에 관심이 덜하다. 그렇다고 해서 누가 잘 생기고 예쁜지 조차 모른다는 건 아니다. 다들 속으로는 타인의 외모 지적을 할지는 몰라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리얼리티 등을 보면 "너 오늘 너무 예쁘다~."라는 말을 하기는 하는데 내가 느낀 건 그냥 인사치레처럼 하는 말 같다. 물론 얘네도 예쁘다고 말해주면 좋아한다.
남이 무슨 옷을 입든지 별로 상관 안 한다. 원피스나 치마를 입거나 하이힐 신는 남자들도 있다. 예술대학이라서 그런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근데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신입생 때 동기 남자애가 무난한 스타일의 긴치마를 입고 왔는데, 타 과에 비해서 개방적인 예대 학생들이라도 그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한창 페미니즘 열풍이 불었을 때 삭발을 한 친구도 있었는데, 애써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교수님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크리틱에서 미국의 미의 기준에 관하여 얘기한 적이 있었다. 애들 말로는 전에는 글래머러스한 체형을 좋아했다면, 요즘에는 마른 몸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유럽, 특히 프랑스는 모델 체형을 좋아하고 미국은 킴 카다시안 몸매를 선호한다고 알고 있었던 나는 친구에게 이 얘기를 해주었다. 그러니 자기가 봐도 요즘에는 마른 체형이 더 인기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가슴이랑 엉덩이는 커야 되지 않아?"라고 하니 자기가 지금까지 만나온 미국인 남자들은 엉덩이는 몰라도 가슴은 딱히 신경 안 쓰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인 남사친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우리의 대화에 어쩔 줄을 몰라해서 화제를 전환했다.
내가 본 바로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사람들이 미국에서도 인기 있는 것 같다. 뭐 우리가 이성을 볼 때 얼굴만 보는 게 아니지 않은가? 성격, 패션, 유머 감각 등 다양한 조건을 따져봤을 때 그냥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친구들이 여기서도 인기가 많았다. 고로 나는 아니란 얘기다. 친구들 중에 한국인 남성들이 선호하는 청순하거나 귀여운 스타일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다들 옷을 힙하게 입거나 섹시한(?) 스타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나도 미국에 오고 나서는 메이크업이 많이 바뀌었다. 나는 인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놀러 온 친구가 나를 보며 한국에 있을 때보다 메이크업이 많이 진해졌다고 했다. 미국 교포 스타일 메이크업은 아니지만, 학교에 갈 때는 후줄근하게 다니다 보니 놀 때는 확실하게 꾸미는 것 같다.
이 얘기를 하니 미국인 남사친이 파안대소를 했다. 그는 사실이라며 시인했다. 본인을 봐도 그렇지 않냐고. 물론 긴바지도 입는다. 그런데 반바지를 사시사철 볼 수 있다. 시카고는 "The Windy City"라고 불리지 않는가?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고개만 돌리면 어디서든 반바지를 입은 남성을 마주칠 수 있다. 그들은 다리에 감각신경이 없나 보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사실 이거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학교 위치, 학부마다 다르다. 나는 대학원생이고 예술 대학이다 보니 이런 면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안 다녀봐서 잘 모르겠지만, 한국 대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의 얘기를 건너 들으면 여기가 교수와 학생 사이의 위계가 좀 덜 한 것 같다. 한 날은 세미나 수업이었는데, 교수님이 "너희 담배 펴야 되지? 쉬는 시간 줄 테니까 피고와."라고 말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친구가 본인도 이거는 좀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처음에 미국에 갔을 때 교수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몰랐다. 선생님을 "Teacher!"라고 했다가 선생님이 "Yeah, student?"라고 답했다는 썰을 보고 나니 호칭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구글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사람들 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학교에 와서 보니 다들 성이 아닌 이름을 불렀다.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어드바이징을 하는 교수들에게 'Ms, 000'나 'professor 000' (미국에서 페인팅 전공은 석사가 최종학력이라 닥터가 없다.)라고 불러야 하냐고 물어보니 다들 그냥 편하게 이름을 부르라고 했다. 학부 수업에 조교로 갔을 때도 다들 그냥 친구처럼 이름을 불렀다.
정말 많다. 세미나 수업은 크리틱이나 토론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그런지 안 그래도 말 많은 애들이 말을 쉴 새 없이 한다. 1대 1 대화를 선호하는 나는 첫 학기에 영어도 잘 못했던 터라 어려운 용어가 난발하는 세미사 수업은 지옥 같았다. 물론 내성적인 애들은 말을 많이 안 하긴 하지만 대체로 말이 많은 것 같다. 모국어도 아닌 언어로 미국인들 사이에서 대화하고 있으면 귀에 피가 날 정도로 기가 빨린다. 한국인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 다른 스튜디오에서 외국인 애들이 대화를 하고 있는 걸 몇 시간 동안 듣고 있을 때는 "쟤네 아직도 얘기해?"라는 말을 하다가도 우리도 여전히 수다 떠는 중인걸 깨닫고서는 "우리도 똑같지 뭐."라고 대답하고는 한다.
홍콩인 친구가 그건 어느 나라를 가든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친구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영국인가 미국의 알만한 회사에서 인턴쉽도 했었는데 본인은 영국이 이런 게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확실하게 기억이 안 나긴 하지만 내가 지원한 5 군데의 학교 중 전부인지 일부인지, 가족 중 해당 학교 졸업생이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그걸 보고 '이걸 왜 물어보지? 대학 동문 자녀면 가산점이라도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2023년 미국 교육부가 Legacy admissions제도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겸손이 미덕인 나라 한국에서 온 나에게 수많은 단점 중 하나는 자기 PR에 쥐약이라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내가 만약 한국에 가서 누군가 "미국에서 유학하셨으니 영어 잘하시겠네요?"라고 묻는 다면 재빨리 "아니오. 못해요."라고 답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든 예시가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 언어 몇 문장을 말할 수 있다면 해당 언어를 할 줄 안다고 말한 다는 게 내가 가진 편견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회사에서 너무 겸손을 떨어 승진에 제약이 걸릴 때가 있다는 유튜브 숏츠를 봤다고 했다. 나는 회사를 다닌 적도 없으니 그냥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얘기들을 해주었다. 그러니 미국인 친구가 그런 것 같다고 얘기했다. 미국인들이 자기 PR로 실상은 빈 껍데기뿐인 것들을 말만 장황하게 해서 포장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 본인도 싫다고 했다. 당연히 모든 미국인이 그렇지는 않다. 듣고 있던 홍콩인 친구가, 이 친구는 어릴 때부터 영국과 미국에서 자라 영어를 모국어 보다 편하게 사용한다, 본인은 아시아의 겸손 문화가 더 좋다고 했다.
미국인들의 대표적인 해외 여행지 칸쿤과 캐나다를 제외하면 다들 국내 여행을 간다. 통계를 보니 확실히 외국 여행보다는 국내 여행 비율이 높다. 룸메이트와 미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해외를 안 가본 사람들도 꽤 있었다. 표본이 극히 적긴 하지만 그래도 다들 다양한 주, 도시에서 살아보긴 했더라.
이건 내 한국인 동기도 갖고 있던 선입견 중에 하나였다. 나는 친구를 위로해 줄 때 말고는 한 번도 포옹한 적이 없다. 처음 기숙사에서 룸메이트를 만났을 때 룸메가 미국인이라 '언제 포옹하지?'라며 어색하게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포옹을 하지 않았다. 혼자서 '인종차별인가? 나를 싫어하나?'라고 망상을 하다가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났을 때 말고는 잘 안 한다고 했다. 특히 처음 본 사람과 포옹은 거의 안 한다고 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긴 하다. 반가워서 포옹을 자주 하는 친구들도 있긴 하다.
미국에 산 지 고작 1년도 채 안 된 애송이가 쓰는 뻘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정확하다. 미국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유학 가기 전 미국과 미국인들에 관한 다양한 블로그 글들을 봤었다. 나처럼 이런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직접 생활하며 얻게 된 정보들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쓴 글이다. 나도 블로그로 떼 돈 벌고 싶은 꿈이 있다. 이런 글을 올려서 조회수나 광고 수익이 생길 거라는 허무맹랑한 꿈은 없다. 순전히 미국에서 겪은 일들을 알리고자 하는 글이니 가볍게 읽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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