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일개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개미 군체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게으른 인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개미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이미 내다 버린 한 달은 뒤로하고 두 달이나 남은 방학을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해 Preply에 한국인 튜터로 가입을 했다. 사실 유학 오기 전부터 링글과 퍼펙트25로 영어를 배우다가 문득 '나도 한국어 가르치면서 돈 벌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실행에 옮기기까지 일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으나 이제라도 한 게 어디냐는 생각이 든다.
아이토키, 어메이징토커, 프레플리 등 다양한 온라인 튜터링 플랫폼이 있다. 그중 프레플리를 선택한 까닭은 프레플리는 튜터 상시 모집인 데다가 특별한 한국어교원자격증이나 티칭 경험이 필요 없어서다. 학생을 가르쳐 본 경험은 한국에서 학원 강사일을 하고, 여기서 학부생 수업에 TA로 일을 한 게 전부다. 한국어와는 관련 없다. 미국에는 'grammar nazis'라는 밈이 있다. 한국에서도 맞춤법을 지적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있는 것처럼 맞춤법 지적하는 사람들은 어딜 가나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 사실 내가 그 'grammar nazis' 중 한 명이다. ㅎ. (나도 많이 틀리긴 한다. 그래서 친구들이 지적해 주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어 가르치는 데에는 장점이 될 수 있으니 내 단점을 이렇게라도 써먹어야겠다.
6월 3일에 이메일을 받았다. 이틀 내에 승인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성의 없게 프로필을 작성하지도 않았는데 승인이 되지 않으니 세상이 날 노동자가 될 수 없게 막는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튜터가 되는 건 포기하고 기다릴 무렵 6월 10일에 이런 메일이 도착했다.
썸 탈 때도 이렇게 희망고문하면 좋은 소리 못 듣는다.
그리고 하루 지난 6월 11일 드디어 프로필 승인을 받았다.
+) 프로필 작성이 자꾸 안 돼서 글자수가 너무 많나? 하고 줄였는데도 통과가 안 됐다. 알고 보니 'In my free time,~`이라는 문장에서 'free'가 문제가 돼서였다. 무료로 레슨을 해주겠다는 홍보성 글을 방지하기 위해 금칙어로 설정한 것 같다.
++) 프로필 영상에 유튜브나 vimeo에 영상을 멋지게 편집해서 올리는 분들도 많으시던데, 나는 프레플리로 찍었다.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까지 여기에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역시 돈 벌기에는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2시간가량 영어-한국어 순으로 말하는 영상을 반복해서 찍어 겨우 올렸다.
이 어마무시한 수수료를 보라. 심지어 50분 동안 하는 트라이얼 레슨(체험 수업)은 수수료가 100%다. 학생들은 첫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정규 학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니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말라는 글을 보니 역시 사람은 그릇이 커야 되는구나라고 느꼈다. 시간당 $25로 설정해 놔서 들을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한데 추후에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처음부터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해서 시간당 $25로 설정했다. 근데 아무도 안 들을 것 같다. 어쩌지.
레슨 시간은 오전 9:00시부터 오후 5:00시까지다. 방학이라 일단 시간을 전부 열어놨는데 좀 닫을 예정이다.
한국어 튜터는 프레플리에서 교재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학생의 수준에 맞는 커리큘럼을 짜야한다. 뭐, 수수료까지 따지자면 거의 재능기부 급이다. 만약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면 앞으로 교재, 수업 후기, 수입 등의 글을 쓸 예정이다. 이 글들은 영어공부 카테고리에 넣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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