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말, 친구와 함께 둘이서 유럽 여행을 떠났다. 우리의 계획은 19일 동안 런던-벨기에-파리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어느 국가를 갈지 정하는 데에도 한 달 동안 고민하다가 급히 서유럽을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런던과 파리 물가가 비싼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상이상이었다.
항공권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경유하는 항공편, 저렴한 항공사 등등 을 찾았다. 그러나 시간과 돈을 따졌을 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아시아나 직항이었다. 서울 인천에서 런던 히드로에 도착, 그리고 파리 샤를 드 골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두 개의 직항 항공권 값은 총 1,377,300원이었다.
늦게 구한 탓에 관광지 중심에 있는 적당한 가격대의 숙소는 구할 수 없었다. 캐리어를 겨우 욱여넣을 수 있는 좁은 호텔보다는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넓은 곳을 가고 싶어 세 곳 모두 에어비앤비 숙소를 (비싸게) 예약했다.
식비는 1인 당 90만 원 가량을 썼다. 런던에 도착한 뒤 다음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계산서를 확인하고서 적잖이 충격을 받은 우리는 한국에서처럼 음료, 술, 사이드 디시, 디저트 등을 주문해서는 안 된 다는 걸 깨닫고 아침을 굶거나 저녁을 저렴한 음식을 포장해 와서 때웠다. 파리에서는 일정이 빡빡한 탓에 며칠 동안은 하루에 1.5끼 정도 먹었다. 덕분에 예상 지출액만큼만 쓸 수 있었다.
17일간의 여행을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엑셀로 경비를 정리했다. 성인 두 명이서 1인 당 약 540만 원 정도 지출했다. (슬프다.)
교통비에는 비행기, 유로스타(EUROSTAR), 탈리스(THALYS), KTX, 인천국제공항철도(AREX), 그리고 현지에서 지하철, 트램, 버스, 우버 등에 지출된 비용까지 합산했다. 문화생활은 런던 패스, 파리 뮤지엄 패스, 미술관 입장권, 뮤지컬 등등에 쓴 값이다. 숙소나 비행기 예약을 를 최소 반년 전에 해두었으면 총지출액의 상당 부분을 아낄 수 있었을 것 같다. 한번만 더 물가가 비싸고 먼 나라로 급작스러운 여행을 가면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다.